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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복음 2:1-11

 

  예수님은 왜 예루살렘으로 가셔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기적을 행하시지 않았을까?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께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신이 행하는 일을 제자들도 보게 여기를 떠나 유대로 가소서 스스로 나타나기를 구하면서 묻혀서 일하는 사람이 없나니 이 일을 행하려 하거든 자신을 세상에 나타내소서”(요 7:3-4).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님이 갈릴리에 묻혀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아마 우리들도 그들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세상에 크게 알려지기를 원한다. 세상 일은 알려져야 되기 때문이다. 선전을 하고 광고를 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알려져야 인기도 올라가고 상품도 팔린다. 만약 우리들이 기적으로 첫 번째 데뷔를 시작한다면 어떤 곳을 고르겠는가? 분명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를 택할 것이다. 드라마틱한 데뷔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장소와 때를 전략적으로 물색할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광고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예수님이 당시의 종교 수도였던 예루살렘에서 대제사장들과 많은 무리들 앞에서 첫 기적을 행하셨다면 이스라엘의 메시아로서 금방 추대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아마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주님은 그렇게 하시지 않았다. 그는 대중의 눈에 띄지 않고 매우 조용하게 놀라운 일을 행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나라와 질적으로 다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기대와 계획에 따라 세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의 지혜나 전략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

 

  예수님은 갈릴리의 한 소촌에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셨다. 이것은 예수님의 명성이나 인기를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관심은 일반 평민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있었다. 주님은 결혼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져서 난감해 하는 신랑의 안타까운 사정을 깊이 동정하셨다. 이것은 사람의 생각으로 보면 매우 비전문적인 사고방식이다. 메시아로 오신 분이 극히 짧은 시간에 백성 전체의 지지를 받고 이스라엘 나라의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며 다윗 왕조를 세워야 하는데 극히 작은 시골 마을에 가서 기적을 행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이것은 자원과 시간의 낭비가 아닌가? 그러나 하나님은 전문적인 전략가도 아니시고 광고학의 대가도 아니시다. 하나님은 그 모든 프로페셔널들의 지식과 경험과 노-하우를 초월하신다. 하나님은 가나의 혼인 잔치에 예수님이 참석하셨다고 꾸짖거나 어리석은 일이라고 실망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온 산을 헤매는 목자의 심정을 가지신 예수님의 동정과 사랑의 사역을 기뻐하셨다. 그것이 곧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바른 길이었다.

 

  우리들은 교회가 어떻게 알려지기를 원하는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명성이 높아지기를 원하지 않는가? 우리들은 누구를 섬기기를 원하는가? 현재 당장 도움이 필요한 자들인가 아니면 유명해지기 위해서 혹은 편안하고 여유 있게 살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장소를 골라 사역하려고 하는가? 세상에서 주님보다 더 할 일이 많고 시간이 짧은 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주님은 황금 같은 시간과 기적을 가난하고 천대받는 갈릴리 지역의 사람들이 모이는 가나의 혼인잔치를 위해 사용하셨다.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역하는 것이 반드시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하나님의 종들은 왕들과 VIP 앞에서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세상의 가치관을 따라 행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구태여 대도시나 큰 교회나 잘 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봉사하지 않아도 참으로 경이롭고 가치 있는 일을 사람들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내실 수 있다.

 

  우리들도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때가 되면 예루살렘으로 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의 경우는 출세를 하고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가신 것이 아니고 하늘 아버지께서 원래부터 계획하셨던 갈보리로 가기 위해서 예루살렘을 향하셨다. 그 길은 명성의 길이 아니고 고난의 길이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죄인들을 구속하는 메시아의 희생이 성취되는 곳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들을 주님이 행하시고 걸어가신 길을 따라 인도하신다. 세상 길을 따라 주님을 크게 섬기려고 하기 보다 주님의 길을 따라 하나님을 겸비하게 섬기라. 가나의 마을에서 잔치 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 오늘 날 우리들이 가서 섬겨야 할 곳은 예루살렘이 아니고 한 작은 가나의 혼인 잔치이다. 그곳에서 주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돌항아리에 물을 붓게 하시려고 우리를 기다리신다. 가나로 가면 주님의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다. 그리고 생명의 포도주를 목마른 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을 한껏 누리며 가나에서 역사하시는 주님을 찬양하게 된다. 그리고 제자들처럼 그분을 더욱 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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